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IPO)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국내 인터넷은행 중 상장을 시도하는 첫 사례이기도 합니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날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하였습니다. 6월께 승인받은 뒤 기관투자가 수요예측, 일반 청약 등을 거쳐 이르면 7월 상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뱅크는 기업가치를 20조원 이상으로 인정받겠다는 목표입니다. 지난해 말 외국계 사모펀드(PEF) TPG캐피털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할 때만 해도 9조3000억원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핀테크 기업의 몸값이 치솟고 있어 상장 때는 기업가치가 두 배를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대대적인 시스템 투자에 나서 핀테크 분야에서 기존 은행들과의 격차를 벌릴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기업 대출 등 기존 제도권 은행이 주도하는 시장에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은행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증시 입성으로 플랫폼 기업의 금융시장 장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기업공개로 최소 2조원 이상을 조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다면 최대 4조~5조원까지 끌어모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사업 확장의 걸림돌이던 자산 건전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상장을 계기로 '챌린저 뱅크'(새로 설립된 모험적 성격의 은행)였던 카카오뱅크가 '게임 체인저'로 바뀌는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슈퍼 플랫폼으로 고속 성장전문가들은 카카오뱅크가 카카오그룹의 대표적 수익창출 모델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출범 3년 만에 흑자 전환하며 세계 인터넷은행 중 성공 사례를 꼽히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순이익(1136억원)은 전년 대비 8배 이상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수익(매출) 8042억원, 영업이익 1226억원을 기록하였습니다.
전년(매출 6649억원, 영업이익 133억원)에 비해 각각 21%, 821%가량 늘어난 수치입니다. 지점 운영 대신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활용한 비대면 채널을 활용해 수익성을 극대화한 것입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65억원의 수수료 수익도 냈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와 중도상환 수수료 등을 무료로 제공한 탓에 적자가 지속됐지만 이용자가 늘면서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로 변화하였습니다.
카카오뱅크의 앱 월간 순이용자는 1000만 명으로 뱅킹 앱 중 압도적인 1위입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의 친숙한 브랜드 파워와 강력한 플랫폼 역량을 앞세워 단순한 은행이 아니라 '메가금융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공모 자금으로 실탄을 마련하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고신용자 신용대출에 치우쳤던 대출상품을 확대한다고 합니다. 이르면 올 3분기에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 전용 대출을 선보인다. 보증서 없이 카카오뱅크의 자체 신용만으로 대출을 내주는 상품입니다.
진행하지 않았던 기업금융과 주택담보대출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올 하반기에는 보증 심사와 대출 실행의 모든 단계를 비대면으로 전환한 개인사업자 대출을, 내년 이후에는 출범 이후부터 준비해온 '카뱅표'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을 전망입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그동안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때문에 고신용자 신용대출에 치우쳤다”며 “기업공개로 자본을 확충해 BIS 비율이 높아지면 다른 시중은행처럼 '규모의 대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시중은행들의 견제 심화 우려와 제도권 내 시중은행들의 견제로 폭발적인 성장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급여통장 중심의 '주거래은행' 개념이 확실한 한국에서 카카오뱅크는 주거래 소비자 기반이 약하다는 지적입니다. 30대 이상 금융소비자는 시중은행을 주거래로, 인터넷은행을 보조 은행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도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산 규모에 비해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것입니다. 장외시장에서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34조원입니다. 국내 은행지주 1위인 KB금융 22조원과 2위인 신한지주19조원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것입니다. 카카오뱅크가 20조원의 기업가치로 상장한다면 주당순자산비율(PBR)은 10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국내 금융지주사의 PBR은 0.3~0.4배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뱅크를 단순히 금융지주사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테크핀 기업이 높은 가치로 평가받고 있어서 입니다.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의 기업가치는 세계 최대 은행인 중국 공상은행의 시가총액250조원을 뛰어넘는 것으로 보입니다.
텐센트 산하 중국 최대 디지털은행인 위뱅크(WeBank)는 2018년 소수 지분 매각 과정에서 PBR 12배를 인정받았습니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 공모주 투자 열풍 등이 더해진다면 시가총액 20조원 돌파가 불가능한 수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